In &Exterior Design
Construction
Jinew
saasaakunkun
Heesosung
망원역에서 망원 시장으로 들어가는 초입 사거리.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폭 3.5M의 좁은 골목에서 차와 사람이 동시에 뒤엉켜 양보 없는 발걸음들이 무수히 이어진다. 주변 상가들은 저마다 난잡한 간판들을 여백없이 빼곡히 채우고 시끄럽게 자기주장들을 내세우며 동네의 입면을 잡아먹었다. 각 건물들의 입면이 사람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이 곳에서 어떠한 제스쳐를 취해야할까. 그들과 같이 하고싶은 말을 가능한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야 할까, 아니면 차분한 옷을 입고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해야할까.
고민끝에 우리는 침묵하기로 하였다.정확히는 침묵으로 말하기로 하였다. 곡선의 형태를 띈 메탈패브릭이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듯 솔리드하게 둘러지고, 1층에서만 내부가 열린 채로 나지막하게 언제든 이야기를 할 준비를 갖춘 듯 한 모습으로 말이다. 때로는 침묵의 힘이 가장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신발이라는 주제를 고민하여 보니 필연적으로 내부가 아닌 외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우리는 항상 상업시설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일상에서 밟을 수 없는 낯선 재료들과 마주치며, 그 재료는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되어 새로운 내부로 이끌고자 하는 설계자의 의도에 종속된다. 그러한 재료의 의도에 따른 경계들은 몸의 현상과 함께 사고적 과정도 외부와 차단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발의 감각을 외부에서 내부로의 경계와 차이가 아닌 외부의 연장으로 바라보기로 하였다. 그에 따라서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흔한 재료들로 동선에 따라 시퀀스를 구성하였다. 가장 먼저 아스팔트의 도로에서 입구로 들어오면 사고석 표면의 거친 질감을 통해 발이 감각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고석을 지나, 대리석, 보도블럭, 아스팔트등 새로이 신어보는 신발들로 우리는 20평의 외부에서 매일 일상에서 경험하는 발의 감각과 동일한 경험을 마주하며 일상과 신발과 발의 관계를 의식하게 된다.